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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식물/산들꽃찾아서

함께해요, 천마산 봄꽃 구경(2)

by 풀꽃나무광 2021. 4. 6.

함께해요, 천마산 봄꽃 구경(2)

 

처녀치마

저마다 가져온 김밥, 떡, 만두, 과일에 커피까지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다시 계류로 내려가는데 먼저 온 꽃쟁이들 여럿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꽃이 필 무렵 여러 장 잎이 바닥에 펼쳐져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치맛자락을 쫙 펼치고 앉아 있는 듯한 처녀 모습을 연상 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백합과 처녀치마에 꽂혀 있군요. 모델도 그만이지만 절벽 같은 암벽 위에 자리 잡은 배경도 그만입니다. 다만 빛이 역광인 것이 사진 찍기에 좀 아쉽습니다. 다른 해에는 꽃이 피었다가 냉해를 입어서 볼품없이 될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꽃도 아주 싱싱합니다. 오늘 만난 봄꽃 중에 사진발이 제일 잘 받은 모델일 듯싶습니다.

 

백합과 처녀치마 , 암벽 바위틈에 뿌리 내리고 꽃대 끝에 핀 꽃이 다소곳한 처녀 같다 .

 

낚시고사리

처녀치마 있는 암벽 바로 옆에는 양치식물 낚시고사리가 군락을 이루어 자랍니다. 1회 깃 모양으로 갈라진 긴 잎은 길게 늘어진 피침형인데 길게 자란 잎몸 끝에 무성아가 달리기도 합니다. 암벽에 매달린 그 모양이 마치 낚싯줄을 드리운 것 같아 낚시고사리란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낚시고사리는 주로 물기가 있고 그늘진 암벽 겉에 붙어 자랍니다. 천마산 정상 북사면 바로 아래쪽 돌핀샘 암벽에서도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가시는 기회가 있으면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작은잎이 마치 양의 이빨 같다고 하는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고 포자를 만들어 번식합니다.  낚시고사리 포자낭군은 깃모양 작은잎 뒷면 위쪽 가장자리에  한 줄로 붙어 있습니다. 낚시고사리는 포자로도 번식하지만 물론 무성아로 뿌리를 내려 무성생식도 합니다.

 

낚시고사리는 습기가 많은 그늘진 암벽에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길게 느러진 잎 끝에서 무성아가 나와 뿌리를 내려 번식하기도 한다. 
낚시고사리 포자낭군, 깃모양 작은잎 뒷면 위쪽 가장자리에 한 줄로 붙어 있다. 여기서 나온 포자로 번식한다.

족도리풀

봄에는 나는 풀꽃들은 대개 키가 작습니다. 시선을 낮추고 바닥을 잘 살펴봐야 보입니다. 습기가 촉촉한 계곡을 따라가니 족두리처럼 생긴 꽃이 보이네요. 이게 바로 쥐방울덩굴과의 족도리풀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족도리가 뭔지 잘 모르겠지요. 옛날 전통 혼례식 때 신부가 머리에 얹는 의관입니다. 오늘날 어법으로는 족도리가 아니라 족두리가 맞는 표기법입니다. 하지만 정태현 외 3인의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최초로 기록할 때 명명된 것이라 어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이름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사람도 출생 신고할 때 호적에 올린 이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꼿꼿이 선 심장 모양의 잎들 사이에 키가 고작 1cm 정도밖에 안 되는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꽃이 옆쪽을 향해 피어 있습니다. 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꽃받침통인데 이게 변해서 꽃이 된 것이지요. 잘 보면 위쪽이 꽃잎처럼 3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화통 안쪽에 암술과 수술이 있고 자방이 있습니다. 뿌리줄기를 세신(細辛)이라고 하는데 은단을 만드는 약재로 씁니다. 시험 삼아 뿌리를 캐서 조금 떼어 혀 끝에 대 본 적이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알알하게 아린 기운이 오래갑니다.

 

족도리풀은 꽃받침통이 변해서 꽃처럼 보이는데, 그 끝이 3갈래로 갈라져 꽃잎처럽 생겼다. 

 

미치광이풀

맑은 물줄기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가지과에 속하는 미치광이풀도 무리 지어 꽃이 막 피어납니다. 긴 꽃자루에 달린 꽃은 검은빛이 도는 보라색인데 반짝반짝 빛납니다. 꽃이 한결같이 아래쪽으로 얼굴을 드리우고 있어서 속살을 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수분을 잘 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를 처들고 위로 향해 있으면 비가 올 때 꽃가루를 제대로 간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꽃가루를 매개하는 곤충들은 꿀을 찾아와 곧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예전엔 꽃이 노랗게 피는 노란미치광이풀도 만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눈에 띄지 않군요. 그런데 미치광이풀은 이름처럼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독성이 매우 강한 식물입니다. 잘못 먹으면 정말로 미치광이가 된답니다. 땅속줄기에 히오시아민, 스코폴라민, 아트로핀 같은 독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독성도 잘 쓰면 약이 된다고 하지요. 한방에서는 땅속줄기를 가을에 캐서 말려 두었다가 진정제와 진통제로 사용한답니다. 

 

미치광이풀, 긴 꽃자루에 달린 꽃은 검은빛이 도는 보라색으로 반짝인다. 땅속줄기엔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무서운 독성이 있다.

 

피나물

노란 꽃이 화려한 피나물도 피기 시작합니다. 왜 피나물일까 궁금하지요? 줄기를 잘라 보면 피 같은 붉은 즙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딜 가나 흔하게 만나보는 애기똥풀은 애기 똥 같은 노란 즙액이 나와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경우와 같습니다. 허긴 이름에 비해 노란 꽃이 예쁜 애기똥풀도 피나물과 같은 양귀비과 식물입니다. 꽃을 잘 보면 큼직하고 윤기가 나는 노란색 꽃잎이 4개가 달려 있습니다. 꽃도 크고 화려해서 먼 곳에서 봐도 금세 눈에 띕니다. 피나물도 양귀비과에 속하는 일종이니 중국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게 당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름에 나물이 들어 있다고 해서 봄나물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피나물은 이름과 달리 독초라서 함부로 나물로 먹었다간 큰일 납니다. 노란 예쁜 꽃이 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동의나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물이란 이름이 들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먹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시장에 가시면 재배한 맛있는 봄나물들이 많습니다.

 

피나물은 줄기를 잘라 보면 피 같은 붉은 즙액이 나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이름과 달리 독성이 있어 나물로 먹을 수 없다.

 

중의무릇

복수초를 만나보고 싶어서 올라가는데 중간에서 중의무릇이 노란 얼굴을 내밉니다. 산자고와 꽃 모양이 비슷해 보이지요? 같은 백합과 집안에 속하지만 중의무릇속입니다. 얼핏 보아도 산자고와는 꽃 색이 노랗고 잎 모양과 색깔도 달라 보입니다. 산자고는 흰빛이 도는 잎이 2개 달리는데 중의무릇은 초록색 잎이 더 가늘고 1개만 달려 꽃이 핍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중의무릇일까? 현재 일반화되어 있는 국명 중의무릇은 정태현 외 3인의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의한 것입니다. 박만규의 <우리나라식물명감>(1949)에서는 일본식 명명법을 피해 중무릇이라 하였습니다. 분명 중의-무릇으로 분석이 되지요. 무릇은 우리 옛말 물곳이 변한 말입니다. 오늘날 지방에 따라 무릇을 물구지라고도 부릅니다. 무릇도 중의무릇과 같이 비늘줄기가 달려 있고 잎이 선형이라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혹자는 스님을 뜻하는 이라고 합니다. ‘은 주로 산사에 기거하지요. 그러니 은 산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중의무릇은 무릇처럼 밭이나 들에 나지 않고 주로 산 속에 나거든요. 그래서 중의무릇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민간에서는 중의무릇의 비늘줄기를 심장병에 약용하는데 진정, 진통 효력이 있으며 자양강장제로도 쓴다고 합니다.

 

 중의무릇은 좁고 가는 초록색 잎 1개만 달려 노란색 꽃이 피는데 산자고는 흰빛이 도는 잎 2개가 달려 흰색 꽃이 핀다. 

달래

물기 촉촉한 골짜기 주변을 잘 보면 긴 잎은 부추처럼 생겼는데 바닥에 누워 있는 게 많이 보입니다. 이게 바로 백합과 부추속 여러해살이풀 달래입니다. 달래는 이가화라고도 하는 암수딴포기로 자랍니다. 암포기는 대개 꽃이 꽃대 끝에 1개씩 달려 피는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져 있습니다. 수그루는 여러 개의 꽃이 달리고 6개의 수술이 있습니다. 작은 달래 하나를 뽑아 동그란 인경이 달린 채 씹어 보면 달래 향이 입안에 가득합니다. 그런데 달래 하면 봄에 채소 가게에서 파는 달래를 떠올릴 텐데 이건 그 달래가 아닙니다. 농가에서 재배하여 시장 가게에서 상품으로 파는 것은 본래 이름이 산달래입니다. 그런데 산에 나기보다는 들에 더 많이 납니다. 아무래도 이름이 잘못 되어 혼동하기 십상입니다. 국명에도 선취권이 있어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는 하지만 주로 산속에 나는 달래를 산달래라 부르고, 들에 나거나 밭에 재배하는 산달래를 그냥 달래라고 바꾸어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달래는 산에 나는 백합과 식물인데 암수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암수딴포기이다. 위는 암꽃이고 아래는 생태형이다.

복수초

오늘 마지막 만나볼 타겟은 복수초입니다. 해마다 보는 복수초지만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어디쯤 가면 복수초가 피어 있겠거니 하고 올라갑니다. 과연 그곳에 복수초가 햇볕을 받아 노란 꽃망울 열고 우릴 기다리고 있군요. 노란 꽃망울이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합니다. 키가 아직 5cm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꽃이 핀 지 며칠 되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런데 개채수가 예전 같이 많지 않아 걱정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복수초속에 복수초, 개복수초, 세복수초 3종이 분포합니다. 잎보다 먼저 꽃대가 올라와 개화하는 복수초는 개복수초와 사뭇 다릅니다. 개복수초는 잎과 꽃이 함께 나오고 꽃도 복수초에 비해 훨씬 큽니다. 얼마 전 남한산성 골짜기에서 본 개복수초와는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확실한 분류키는 꽃받침의 길이입니다. 복수초는 꽃받침 길이가 꽃잎 길이보다 약간 길거나 비슷하지요. 그러나 개복수초는 꽃받침 길이가 꽃잎 길이보다 훨씬 짧습니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세복수초는 꽃 구조가 개복수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잘게 많이 갈라져 있어 쉽게 식별할 수 있지요.

 

복수초, 노란 꽃망울이 눈이 부시게 찬란하다. 꽃받침 길이가 꽃잎보다 약간 길거나 비슷하여 개복수초와 구분된다.

 

개감수

노루귀를 더 만나려면 좀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내려갑니다.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갈 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올라올 때 대극과 개감수가 여기쯤에 있을 텐데 생각했는데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려가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딱 한 개체가 나 여기 있어요.” 하면서 얼굴을 내밉니다. 온통 붉은 보랏빛 색깔로 풍성하게 치장한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부실하지만 하나라도 만나서 다행입니다. 대극과 대극속 식물들이 대개 그렇듯 이른 봄 새싹이 나올 때는 전체가 온통 붉은색입니다. 자르면 하얀 젖 같은 유액이 나오기도 하구요. 대극속 식물들은 뿌리에 독성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방에서 이 뿌리를 부종(浮腫)에 약으로 쓴다고 합니다.

 

대극과 개감수, 위는 내려오면서 만난 개체로 겨우 명맥을 이어간다. 아래는 2007년 이맘때 그 자리에서 만난 것으로 온통 붉은 모습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