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4. 14. 맑음
난초가 많이 자라는 섬이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난지도(蘭芝島)는 본디 경기도 고양군에 속해 있었는데 1949년 서울특별시로 편입되었다. 1970년대까지만도 새나라 택시를 타고 가는 신혼 여행지로 남산 못지 않게 알려질 만큼 난지도는 아름다운 섬이었다고 한다. 산업화 물결을 타고 불어나는 엄청난 양의 생활쓰레기를 비롯한 산업폐기물을 처치할 곳이 필요하자 서울시에서는 1987년부터 난지도를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하게 된다. 초기에는 서울시의 쓰레기뿐 아니라 인천, 부천, 광명, 안양, 구리 등 일부 수도권의 쓰레기까지 받아들였다.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 양이 무려 트럭 3000대 분량이 되어 일일 쓰레기 배출량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1993년 쓰레기 수용 한계에 도달하자 이곳을 폐쇄하고 현재의 검단 수도권 매립지로 이전하게 된다. 그후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에 대대적으로 흙을 퍼다가 덮고 이 구역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두 개의 쓰레기 더미 산이 지금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코로나19가 멀리 꽃산행도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 동네 주변에 피고 지는 꽃들로 봄이 왔음을 대강 짐작하지만 지금쯤 깊은 산 속에는 어떤 봄꽃들이 피고 있을까 못내 궁금하다. 평년 같으면 천마산, 예봉산은 물론 광덕산, 명지산, 화악산에도 가 봄꽃들을 보며 봄의 향연을 누닐 시기가 아닌가? 오늘은 집안에만 있기 따분하여 전차를 타고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았다. 나는 1905년 야고 꽃을 보려고 처음으로 갔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야고는 원래 제주도와 일부 남부지방 섬 지역의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열당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늘공원에 들어왔을까? 아마도 이곳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제주도의 억새를 공수해 왔을 때 묻어 들어온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작년 가을에 가 본 하늘공원은 예전의 하늘공원이 아니었다. 가을 바람에 춤추는 드넓은 억새밭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아와 추억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 봄에 다시 찾은 하늘공원 오르는 계단길엔 노랗게 핀 갓 꽃, 애기똥풀 노란꽃과 조팝나무 하얀 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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